오랜만에 읽은 소설 <빅픽처> 리뷰 - 유명한 사람만 주목받는 더러운 세상, 인생의 아이러니!
정말, 이게 얼마만이냐.
요즘에는 내가 원하는책을 읽는게 참 쉽지 않다.
책은 내가 참 좋아하는 아이인데(그렇다고 독서광은 아냐)
외부의 영향으로 내가 읽어야 하는 책이 정해지고 그 책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나의 사생활(?) 때문에
그동안 읽고 싶은 책을 선뜻 읽을수가 없었다.
최근에 이런 내 멘탈이 너무 공허하게 느껴져서 읽은 첫번째 책이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의 <빅픽처>.
오래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계속 잊어먹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서 찾아서 읽었는데
처음에는 빠듯한 내 일과에서 소화할수 있을까 싶은 책 두께때문에 살짝 두려웠지만,,,
정말 어떤 리뷰처럼 "손에 드는순간 놓기가 쉽지 않은" 그런 책이었다^^
외국 소설은 너무 허황되거나 정서적으로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소설류는 외국 작가것을 잘 읽지 않은편인데
<빅픽처>는 소재 자체가 서스펜스류라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소설 <빅픽처>는
사진작가의 꿈을 가진, 파리의 잘나가는 변호사의 인생을 사는 '벤'이 한순간의 실수로 사진작가 지망생 '게리'를 죽이게 되고, 살인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벤'의 인생을 버리고 '게리'의 인생을 살게 된다는 스토리다.
처음에는 도대체 그게 가능해? 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의 직업이 변호사였기에 앞뒤가 딱딱 맞다.
심지어, 새로운 인생을 위해서, 살인자의 아들이 평생 짊어지고 갈 고통을 아이들에게 줄수 없다는
강력한 결심이 이 모든것을 가능케 한다!
주인공은 변호사 벤의 인생, 그리고 사진작가 게리의 인생으로 크게 나눠지는데
벤의 인생은 값비싼 자동차에 그림같은 집 등 엘리트 중의 엘리트 삶을 살고
값비싼 돈으로 도배를 한 암실까지 갖출정도이지만, 무채색의 그림처럼
아무런 매력도, 아무런 희망도 없는...오히려 "오늘 하루 하루 근근히 버틴다"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불쌍한 인생이다.
(▲ 영화 '빅픽처' 中 - 사회적인 커리어는 탄탄대로이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영원히 어긋나버린 벤의 인생)
겉으로는 모두가 부러워할 인생이지만
속은 문드러질대로 문드러진 인생, 그게 바로 벤의 인생
평생 보장된 풍족한 인생을 포기할 순 없지만, 그는 매순간 자신의 인생을 리셋하고 싶어진다.
결국, 그에게 "당신의 인생을 리셋하시겠습니까?"라는 선택의 순간이 오고,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부모의 연금에 의지해, 분수에 넘치는 집에 살면서
자신이 언젠가는 유명한 사진작가가 될것이라는 자만감에 가득차 있는 이웃사촌 '게리'를 실수로 죽이게 된 벤.
자신에게는 한없이 차갑기만 한 아내가
그와 함께 이웃사촌 벤을 경멸했던 아내가
사실은, 뜨거운 내연관계라는 사실을 안 순간
소설은 본격적인 서스펜스 소설의 성격을 띄기 시작한다.
내가봤을때, 벤이 게리를 죽인건 아내와의 불륜때문에 저지른 질투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아내와의 불륜보다 그가 게리를 질투한것은
자신은 잃어버린 사진가로써의 열정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그게 단순히 허세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자신은 편리한 인생과 부를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고
게리는 자신이 펼쳐보지 못한 사진가의 인생을 위해 끝없이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인생을 살고 있기에
그 자체가 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자격지심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벤의 인생을 버리고 게리의 인생을 선뜻 선택할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참 아이러니...
전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자 했으나, 전혀 다른 지점에서 인생은 꼬여만 간다.
(▲ 영화 '빅픽처' 中 -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곳에서 그의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 그러나...)
작은 카메라 하나 겨우 챙겨, 전혀 다른 지역에서 게리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 벤.
신문 부고란을 통해서 '벤'은 사망사고 처리됐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광활한 몬타주의 매력에 끌려 작은 소도시에서 "잠시만" 머물다가 가기로 한다.
그러나, 끝없이 쏟아지는 폭설 때문이었을까.... 그의 체류는 하루, 이틀 연장되고
새로운 연을 하나, 둘 맺게 된다.
사람의 연이라는게, 무조건 거부한다고 해서 차단되는게 아니지 않나?
스스로 평생을 침묵하고 살아야 하는 가짜 게리가 몬타주의 사람들을 하나둘 밀어낼수록
그들은 점점더 강력하게 그를 끌어안는다.
(▲ 영화 '빅픽처' 中 - 인생의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서야 진짜 사진을 찍게된 가짜 게리)
자신의 인생을 버렸지만, 사진작가에 대한 꿈은 버리지 못한 가짜게리.
몬타주의 풍경에 이끌려, 매일 주변의 인물, 풍경 사진들을 찍으면 하루하루를 버틴다.
모든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사진에 비쳐진 인물들 그 실체에만 집중해서 사진을 찍던 그는
하나둘 멋진 결과물을 얻기 시작하고.... 그건 또 다른 인생의 재앙이 된다.
책 <빅픽처>가 단순한 소설보다 서스펜스 느낌이 강한건, 가짜 게리인생을 사는 부분부터다.
숨도 쉬지 않고 살아야 할 판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유명세를 얻게 된 가짜 게리.
평생, 자신이 원하는 진짜 인생을 살고 싶었던 벤의 꿈도
평생, 저명한 매체들과 작업을 하고 싶었던 사진작가 지망생 게리의 꿈도
모두 이루게 되었지만 벤도, 게리도 행복할 수 없는 그런 인생의 아이러니.
인생 최고의 순간에, 도피를 선택해야 되는 진짜 진짜 불쌍한 이 남자를 통해
작가 더글라스케네디가 세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자신의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은 무시당하는 사회"를 꼬집는 것.
"미국문화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늘 무시된다.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중략) 성공할수 있는 길은 각자 찾아야 하지만, 그 누구도 성공을 이룰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명성을 얻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더라도, 자기 판단만 믿고 무명의 인물에게 지원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무명은 대부분 계속 무명으로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쌍한 이 남자의 베베 꼬여만 가는 인생을 보면서
진짜 이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 있어도, 배경에 가려져 인정 받기 어려운 세상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실체야 어쨌든 닥치고 너도나도 집중하는 현상
이건 비단, 미국사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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