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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김민희 영화 <화차>, 원작과는 다른매력多

변영주 감독, 김민희 이선균의 영화 <화차>, 원작을 능가하는 또다른 매력이 넘쳐나는 수작!

 

 

 

일본 추리소설가 중에서 손꼽히는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원작 <화차>를

변영주 감독이 국내 영화로 각색한 영화 <화차>.

 

 

소설 <화차>의 굉장한 팬이었기에, 처음 국내 영화화 된다고 했을때

두가지 상반된 마음이 공존했던게 사실,

 

 

- 원작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또 듣는거 아닌가

- 저런 걸작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까

 

 

기대반, 우려반.... 그나마 변영주라는 결코 뻔하지 않는 감독의 스타일을 믿기에

좀더 기대감으로 기다렸던 작품이 바로 영화 <화차>

 

 

 

 

 

처음에 영화 <화차> 주인공이 이선균, 김민희 라고 했을때

살짝 의아했던게 사실이다.

 

특히, <화차>의 여주인공이 김민희라니...

 

처음에는, '진짜 캐스팅할 여배우가 없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실망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김민희란 배우는 배우가 아닌 모델출신으로 깡마른, 아무런 엣지가 없는 그냥 그런 '연예인'이었기에

 

미야베 미유키가 그리고자 했던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불행한 인생 막장에 놓인 여자' 캐릭터를

 

맡기에는 너무 안어울리는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영화 <화차>를 내가 수작으로 손꼽는 이유중의 8할이 김민희 라는 배우의 호연덕분이라고 한다면

믿을려나?

 

 

그만큼 영화 <화차>는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작품이자,

연예인 김민희를 배우 김민희로 각인시킨, 그녀의 인생 터닝 포인트라고 해도 될만한 영화다.

 

 

 

 

 

 

 

원작이나 영화나 <화차>는

인생이 꼬일데로 꼬여버린 한여자의 인생에 대한 내용이다.

 

신용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돈을 쓰는 세상에서 희생양이 된, 한 여인의 이야기.

 

다만, 행복해지고 싶어서 신용으로 돈을 쓰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잠시 빌린 한 여자의 처참한 이야기.

 

우리나라에도 한참 신용카드 신규 가입을 남발하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 사회적 현상을 적나라하게 꼬집는 소설이 <화차>이며, 이것을 영화화 한 것이 <화차>이다.

 

 

원작과의 다른 점이라면,

 

여주인공에 대한 시선이 소설보다 영화가 더 따뜻하다는 점이다.

 

소설은 여주인공의 감정에 깊이 들어가지 않지만,

영화는 그녀가 그렇게 될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녀의 입장에서 더 보여주기 때문에

 

그녀의 비참한 최후가 더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이선균이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처럼 두 사람 사이에는 '설레임'이 흐른다.

 

어느날 우연히 만난 이름 모를 그녀,

그녀의 얼굴에 드리우는 화창한 햇살처럼

그의 마음에 그녀가 화창하게 스며드는 순간

 

 

 

 

 

 

두사람은 사랑을 시작하고

그녀도 조심드럽게 사랑을 시작한다.

 

비로소 행복해지는 그녀...

 

평범한 사람과 평범한 가정을 꾸미고 예쁜 아이를 낳아 평범하고 소박하게

행복한 일상을 꿈꾸는 그녀,

 

그 행복의 문이 바로 코앞에 열리는 순간, 모든게 와르르 무너지는 전화 한통을 받고는

또 다시 현실로부터, 자신의 신분을 누에꼬치가 껍데기를 벗듯이 훌훌 벗어버린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예비 시아버지가 자신의 선물을 마음에 드실까 걱정하던 그녀가

휴게소에서 커피를 사러 간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사라지고, 그녀를 추적하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들

 

그는 그녀에 대해서 너무 많이 몰랐다는 것

그녀가 하는 말이 전부라고 믿었다는 것

부끄러움이 많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비밀이 많았던 것이라는 것....

 

 

그가 알던, 사랑하던, 만지던 그녀는 이 세상에 존재도 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

 

 

 

 

 

영화 <화차>에서 그녀의 약혼자는 그녀의 사라진 흔적을 미친듯이 뒤쫒는다.

 

뒤쫒으면 뒤쫒을수록 더욱더 신기루 같은 그녀.

 

그의 시선에 따라 그녀의 진짜 모습이 하나둘 보여지게 되는데

 

이것또한 원작과는 매우 다른 설정이다.

 

원작에서는 그녀의 약혼자는 그녀를 이렇게 열심히 뒤쫒지 않는다.

 

다만, 관계가 있는 퇴물 형사에게 그녀를 찾아줄것을 부탁하는 것 정도 밖에는.

 

하지만 영화에서는 약혼자의 시선으로 그녀의 과거를 보고, 그녀를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더욱더 시선이 측은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실제로도 참으로 예뻤던 그녀,

하지만 아버지의 잘못으로 생긴 엄청난 빚더미의 무게는

그녀 아버지를 실종자로, 그녀 어머니를 마약에 중독된 매춘부로,

결국 그녀까지 약쟁이 매춘부로 전락시키고 만다.

 

 

 

 

 

 

 

사채빚이라는 무거운 무게, 피할수 없는 마귀.

그녀의 순수함을 사랑했던 첫 남편도 결국 그녀를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무서운 빚의 무게는

그녀를 끌고가 갈기갈기 찢어놓은뒤 풀어주지만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입은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게 바로 그녀의 시작이고, 그녀의 끝이다.

 

 

남의 인생을 가로채 그사람인 것처럼 행세하는 인생.

그 인생을 위해 치뤄야 할 살인, 모방, 모험 따위는 두렵지 않다.

 

 

 

 

결국, 스스로를 옮아멘 것은 자신의 내면에 희미하게 남겨져 있는 양심이자, 두려움이다.

 

정말 그녀가 원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행복하게 살수 있었다.

 

아무도 그녀가 가짜 신분이라는 것을 몰랐고,

그녀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살인한 여자의 시체는 아주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고,

희생자를 찾을 지인은 아무도 없었으니

 

 

스스로 모든것에 당당할수 있었고 좀더 용감할수 있었다면

 

아마, 자신이 그렇게 바라던 행복한 가정을 꾸릴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도망치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결국은 자신의 엄마처럼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아,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행복은 무엇인가...

 

 

라는 헛헛한 생각이 들어서 짠, 했던...가슴 아린 <화차>.

 

 

 

 

 

개인적으로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할수 있는 그녀의 첫 살인 장면.

 

그녀는 자신이 일했던 온라인 쇼핑몰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과 유사한 조건을 가진 여자들 중에서 세상과의 소통을 안하는 완벽한 외톨이를 찾아

친구 행세를 하면서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뺐는 치밀함을 보인다.

 

어느날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도 눈치 챌수 없는 그런 존재들.

 

첫 살인을 치른 후 당황하면서도 애써 미소짓던 장면은

김민희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능케 하는 명장면이었다.

 

 

너무나 순박했던 10대 소녀부터, 매춘부, 살인자까지

기구한 인생을 사는 여주인공의 심리, 표정을 너무도 잘 연기한

김민희는 영화 <화차>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멋진 연기를 보여준 김민희,

그러하기에 차기작 <우는 남자>도 더욱더 기대가 된다.

 

 

PS. 소설 <화차>를 읽고 나면, 신용카드를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수 있으니

신용카드 컨트롤이 안되는 분들이라면, 소설 <화차>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